국내 최대 벤처캐피털 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 도용환 사장(50)에게는 언제나 사람이 몰린다. 깡마른 체구에서 느껴지는 꼿꼿하고 깐깐한 이미지와는 달리 포용력이 남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기회를 주고 함께하는 동지애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타고난 '보스'라는 소리도 들린다.

주위의 호평 뒤에는 투명성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철학이 존재한다. 8년 전 스틱인베스트먼트(옛 스틱IT벤처투자)를 세울 때부터 지금까지 "기업이 투명해야 오래가고 결국 승리한다"는 신념을 고수해오고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한창일 때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편법이 성행했다. 투자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성한 자금과 외부 투자금을 고수익 여부에 따라 작위적으로 배분하는 회사가 많았다.

도 사장은 처음부터 자사와 외부 자금을 똑같이 투자하고 똑같이 수익을 배분했다.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깨끗하고 투명한 회사라는 큰 자산을 얻게 됐다. 내부 투자결정을 할 때도 도 사장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개인적 이유로 투자를 밀어붙인 적도 없다. 최종 거부권만 행사한다.

"투명한 것이 항상 이깁니다. 사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에 관여하면 직원들도 인맥이 없겠습니까. '나도 그래도 되는구나' 하고 사심이 개입되면 투자회사로서 객관성을 잃고 결국은 투자자들이 외면하게 됩니다."

도 사장은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정치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정치는 권력이고, 권력과 가까이 하면 화를 입기 마련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치는 멀리하지만 정책은 가까이 합니다. 정책 하는 사람들과 의견도 조율하고 주장도 하고…. 그러면서 정책에 반영되는 부분도 있죠."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총누적 운용자산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새로 조성된 5000억원 펀드 중 3000억원이 영국 일본 스위스 등지에서 유입된 자금이다. 올해 스틱이 투자한 회사는 게임하이ㆍ조이맥스(게임 개발)를 비롯해 메디코(의료폐기물 처리), NK(조선기자재), JT(반도체장비), 빌포스트(DM발송), IM(전자부품) 등이다.

"그동안 우리가 해온 것은 제대로 된 투명한 기업문화 정립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브랜드를 세우고 지속적인 투자 경험을 쌓았죠. 해외 투자분이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회사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으로 이제는 좋은 투자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됐어요."

앞으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알짜 중견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사업군도 환경, 유통, 서비스 분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올 초 화제를 모았던 금융 정보 콘텐츠 지주회사인 골드파로스는 금융상품 판매회사까지 엮어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조만간 증자를 할 계획이다. 또한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떠오른 물 시장에 대한 투자계획도 있다.

도 사장은 벤처기업 인수ㆍ합병(M&A)을 주장해왔던 선구자다.

"우리나라는 단기간 급성장한 나라여서 자본주의 성숙도가 낮죠. 부자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기업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해 기업 M&A가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최근 M&A가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기업을 그만하고 싶은 경영자에게 탈출 수단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는 고무적입니다."

도 사장은 인재 욕심이 많다. '금융은 사람이 핵심인 업, 그 다음이 시스템'이라는 평소 지론도 있지만 사람을 워낙 좋아한다. 똑똑하고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과 회사를 키워가고 업계를 선도하는 일이 그에게 삶의 에너지를 제공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는 현재 벤처캐피털리스트만 40여 명(해외 포함)이 있지만 그의 인재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최고 인재가 모여야 최고 성과가 나오고, 최고 성과가 나와야 다시 이를 바탕으로 돈과 최고 인재가 모이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한 '파트너십 체제'는 국내 벤처캐피털 업체로서는 첫 시도다. 유능한 인재들을 정면에 내세워 스타로 키워내는 작업이다.

◆그는…

고려대 경제학과 학사와 동대학원 경영학과 석사를 마쳤다. 첫 직장은 신한은행 모체인 제일투자금융이며 15년간 신한경제연구소, 신한생명보험 등 신한금융그룹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1996년 독립해 스틱투자자문을 설립하고 투자자문과 경영컨설팅 업무를 시작했다. 99년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면서 벤처투자에 발을 디딘 후 채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됐으며 회사를 업계 1위로 성장시켰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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