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1월 kabbu는 ‘정보브로커’라는 책에서 "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장래에 종래방식의 중개인들이 사라지는 대신에 가치 있는 정보를 사고 팔고 중개하면서 심지어 돈으로 바꾸어 주는 새로운 시대의 정보브로커가 탄생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정보브로커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97년 10월 빌게이츠는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이라는 책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게 되면서 중개인은 제거되거나 사라지는 완전 자유경제(A free friction Economy)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빌게이츠의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인터넷이 탈매개화를 한결같이 이끌고 있다는 개념은 틀렸다. 기존의 모든 중개상들을 제거하면서 판매상이 고객에게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는 개념은 틀렸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판매상으로부터 고객으로의 가치이전을 돕는 새로운 종류의 중개업자들(Information+Intermediary)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kabbu의 ‘정보브로커’책은 탁월한 예언서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지금은 네이버 검색 창에나 뜰 정도로 잊혀진 책이지만, 97년 1월 '정보브로커'란 제명의 다소 특이한 책이 대형서점의 서가에 등장했다. 처음 등단한 작가에 홍보 한번 못한 신생출판사의 책이니 특별히 언론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없었고, 인쇄부수도 5천부에 그쳤지만 이 책은 대단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일부에 한정되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이런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독자들의 격려 메일이 쇄도했고, 이를 기폭제로 전국에서 무려 33회의 '정보브로커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회원만도 500여명이 넘는 전국적인 '정보브로커' 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 세미나 역시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팩스로 신청하고 초대장을 받아야 참석할 수 있는 폐쇄적인 유료 세미나였지만, 대기업의 정보 담당자들조차 참석했을 정도로 이 세미나는 인기가 있었다. 나는 이 책에서 "미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장래에 종래방식의 중개인들이 사라지는 대신에 가치 있는 정보를 사고 팔고 중개하면서 심지어 돈으로 바꾸어 주는 새로운 시대의 정보브로커가 탄생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본격적인 정보브로커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리고 2년 후 미국의 "Business2.0"은 다시 생각하라(Think Again)는 98년10월호 특집기사에서 종래방식의 중개인이 사라지는 대신 특이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빌게이츠의 예측도 틀렸었다는 정보중개인(New Infomediaries)에 관한 최초의 글을 실었다. 포브스와 포츈에서 정보중개인을 언급한 것도 이 무렵이다. 또한 99년에는 정보중개인(infomediary)을 핵심 개념으로 다룬 존 해겔(John Hagel)의 네트가치(Net Worth)가 출간되었고 그 해 `비즈니스위크' 선정 최우수 경영서로 뽑힐 정도로 미국의 식자층 사이에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경제주간지 `한경비즈니스'까지 "새로운 유통질서, 정보중개"라는 기사를 실어 힘을 보태 주었다. 책 '정보브로커'가 발간되지도 어언 10여 년을 훌쩍 넘겼다. 이제 보통명사 화한 '정보브로커'라는 뜻도 정보의 비대칭성과 전문지식을 매개로 하여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정보나 서비스를 중개해 주고 돈을 버는 중개인들을 통칭하여 광의의 뜻으로 명명해야 옳을 듯 하다. 그 사이 듀오, 에이스 회원권거래소, 서울 옥션 같은 정보중개업자, 공병호, 구본형 같은 지식브로커, 박현주, 권성문 같은 정보브로커의 귀족들이 탄생했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옥션, 네이버와 같은 인포미디어리(infomediary)들이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역사상 최단기간의 성공과 정보브로커의 본격 시대가 도래한 것은 기실 머리 회전이 빠른 똑똑한 사람들이 대거 가세한 결과에 기인한다. 복잡하게 얽혀가는 사회구조, 따라잡기 힘들 만큼 빠르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 등 변모하는 환경에서는 스마트(smart)한 적응형 인간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쉽게 적응할 정도로 스마트한 정보브로커는 종래의 중개업자 보다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업무를 압도적으로 우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컴퓨터의 이용과 확산은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고도의 정보중개를 가능케 했으며 컴퓨터가 없었더라면 고객이 요구하는 형태로 정보의 탐색, 처리, 거래를 즉각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보 자체를 거래대상으로 하면서 가치 있는 정보(지식)를 쌍방향으로 연결하는 '정보브로커' 사업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각광받는 총아다. 전 세계라는 '정보 장터'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자유롭게 정보를 사고 팔 수 있고 고객의 정보를 돈으로 바꿔주는 '정보 브로커'는 매력적이다 못해 매혹적이다.
일반적으로 정보브로커들은 이런 일을 한다.
1. 산업재산권의 중개매매 및 기술개발의 용역중개 2. 신기술정보나 제품 노하우 및 상표(브랜드)의 중개매매 3. 지적 창작물, 저작권 등 컨텐츠(contents)의 위탁관리 및 중개매매 4.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나 각종 아이템정보의 중개알선 5. 각종 DB 및 디렉토리 정보의 중개 및 알선 6. 기업체의 양도 및 양수(M&A) 업무 7. 시장 가치가 있는 기업의 영업권이나 암기하기 쉬운 인터넷 도메인명, 상용 전화번호 등
무형자산의 매매 및 중개알선 8. 소설, 연극, 방송 드라마, 코미디, 게임, 영화, CD-Title, 만화, CF제작 뉴스방송 등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창의적인 시나리오, Story, 사진, 르포기사 등의 중개 및 알선 9. 기타 전세계의 기업정보, 경제정보, 사회정보, 생활정보, 구매정보, 공장정보, 개발정보, 인사
정보, 문화정보, 경영정보, 교육정보, 스포츠 정보, 레저정보, 쇼핑정보, 뉴미디어정보, 지역
정보, 의료정보, 쇼핑정보, 기상정보와 특수정보 등의 매매 중개 및 거래알선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바로 ‘아이디어’다. 온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가 한자리에 모여서 나눠지고 중개되고 거래되는 아이디어 천국’을 내걸고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디어클럽의 비전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디어클럽’의 탄생, SBS의 ‘아이디어 하우머치’ 방영과 아이디어거래소, 10원짜리 회사(1인 창조기업)도 마음대로 설립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 격이다.
그렇다.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비즈니스든 부자가 되는 것이든 사회생활이든 개인생활이든 아이디어는 공장이나 천연자원, 혹은 자본보다 훨씬 귀중하다. 결국 돈은 아이디어를 창출하지 못하지만, 아이디어는 돈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아이디어를 중시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일한 시간이나 생산량에 근거해 보상을 받기 보다는 그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의 유용성에 근거해 보상을 받고 있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당신이 알든 모르든. 벌써 많은 기업들이 아이디어와 아이디어 제안 능력을 기준으로 고용과 승진, 상여금 지급을 결정하고 있다.)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돈으로 바꿔주고 더 나아가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조직이나 집단에게 맞춤 아이디어를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클럽’의 꿈은 숭고하다 못해 환상적이다. 아이디어 프리랜서들을 규합하고 조직하여 전세계 아이디어 공장의 역할은 물론 아이디어 거래소의 역할까지 떠 맡겠다는 생각은 전인미답의 고지이고 역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우리는 꼭 실현되리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