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이횽 지못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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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39)은 지난 6일 LG가 자신에게 지도자 제안을 했지만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9일 다시 '이상훈입니다. 끝났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구단 홈페이지에 올리며 추가 대응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LG팬들은 여전히 구단이 프랜차이스 스타를 헌신짝 취급했다며 들끓고 있다.

반면 왜 이상훈이 구속력없는 제안에 연연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8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이상훈을 만났다. 이상훈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글로 썼다. 왜 만나자고 했나"고 물었다. "사건이 생겼으니 왔다"고 하자, 말했다. "내게는 '사건'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의 사실과 분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손해 배상으로 10억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는 뭔가?

"구단이 (7일) 내가 보낸 내용증명을 공개하지 않았나? 거기에 10억원이라는 단어가 어디 있나? 내가 여러 일을 정리해서 손해를 입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용증명에 분명히 이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 것이라고 했다.

내가 법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다. 이 단장 등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게 지난해 8월초다. 그 뒤 많은 일이 있었다. 거짓말을 들었고,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대화를 할수록 벌레가 돼가는 기분이었다. 더 이상 (구단과) 말을 하기 싫어 문서로 보낸 것이다."

-8월초 만남에 대해 구단에서는 '그저 앙금을 푸는 자리였다'는 입장이다.

"그때 이영환 단장, 염경엽 운영팀장(현 수비코치), 조연상 홍보팀장 세 사람이 나왔다. 한 시간 가량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더라.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절 왜 만나자고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뭐라고 했나.

"글에 쓴 대로다. 이 단장은 '당신을 어떤 식으로든 끌어들여서 LG를 재건하고 싶다'고 했고, 염 팀장은 '지도자할 생각이 있느냐'고 했다."

-계약서도 아니고 구두 제안 아닌가.

"이 바닥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야구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8월이면 후임 감독도 결정되지 않았을 때다. 계약서를 들이밀 때가 아니다. 그리고."

-뭔가?

"나와 LG구단, LG팬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나? '같이 하자'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까?"

-만남 뒤 제안에 대한 확인은 했나?

"이 단장은 '조만간 이 멤버대로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 1개월 여 뒤 뭔가 일이 잘못되는 것 같았다. LG의 마지막 광주원정 때였다. 이 단장에게 전화로 '저 왜 만나자고 했던 겁니까'라고 물었다. (지도자 제의에 대해) 어느정도 마음을 접은 상태에서 그냥 솔직한 말을 듣고 싶었다. '어, 내가 이상훈 좋아하니까. 투스트라이크에서 직구 던지는 투수잖아'라고 하더라. 그때 심정? 처참했다. 염경엽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형, 이거 말 됩니까' '안 된다.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날 내게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거다. 나중에 조 팀장에게도 'LG와 나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때 말이 계약하자는 뜻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습니다'라고 하더라."

-어쨌든 구두약속을 믿고 사업까지 정리했다는 걸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구리구장에 땅 고르는 일이라도 달라고 했다. 코치 일을 한다고 치자. 연봉 얼마되지 않는다. SK에서 은퇴할 때 잔여 연봉 몇 억원을 포기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일을 정리한 건 구단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구단에 이에 대한 배상 요구한 적이 없다."

-믿음이 배신당했다는 점에 분노하는 건가.

"배신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이 걸어야 하는 길을 벗어난 일을 한 거다."
-구단에 요구하는 건 뭔가.

"사과다. 그리고 내 이름을 유니폼에 무단사용한 성명권 침해를 배상하라는 거다."
-유니폼 문제는 지도자 제의 건과 별개 사안 아닌가.

"그렇다. 별개다. 8월 이 단장을 처음 만났을 때 이 문제를 꺼냈다. 내 이름을 무단 사용한 온라인 게임 업체에 소송을 건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의 이름을 사용하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상식 아닌가? 프로 생활 2년째부터 생각해왔던 문제다. 그 돈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된 건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일이 틀어졌다고 판단한 게 9월 쯤이다. 그런데 왜 지금에서야 문제를 제기하는 건가.

"체념하고 있었다. 접겠다고 한 사업을 다시 살리려고 뛰고 있었다. 사람들도 만났다. 잘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이 '상훈아, 네가 LG 지도자 자리 거절했다며?'라고 묻는 거다. 어디에서 이야기가 나왔겠나? 그리고 11월 쯤엔 러브페스티벌이라는 구단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전화가 왔다. 이게 사람에 대한 예의인가?"

-내용증명은 왜 보낸 건가?

"2월에 이 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도대체 8월에 나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한 거냐'고 물었다. 답이 없었다. 그 뒤 조 팀장에게 '그때 일을 정리하자. 그리고 유니폼 문제는 해결해 달라'고 했다. 그건 마케팅팀에서 할 일이라고 하더라. 며칠 지나서 매출 내역 적힌 종이 한 장 건네주더라. 구단 직원이 작성한 것도 아니었다. 이게 뭔가? 한참 뒤에 이 단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쟁을 했다. 사과를 요구했고, 사과문 작성은 내가 한다고 했다. 거절하더라. 그래서 3월 4일 내용증명을 보낸 거다. 역시 답이 없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전날 봉중근 아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그 글을 봤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다음날 기사를 봤다. 내 이름 옆에 봉중근, 이형종이 따라붙는 걸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중근이나 형종이 일은 그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나는 참을 줄은 알아도 그런 식으로 머리는 못 쓴다. LG에서 쫓겨났을 때도 구단 원망하는 말 하지 않았다. 선후배에 대한 예의기 때문이다."

-지도자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나는 하고 싶다고 뜻을 밝힌 적이 없다. 구단에서 하라고 한 것 아닌가? 예전에도 그랬다. 일본에 가고 싶어 간 게 아니고, SK로 가고 싶어 간 게 아니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어 그만둔 것도 아니다. 나를 속이면서 야구를 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이상훈과 야구와의 인연이 끝날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내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다. 지금도 죽을 각오를 하고 사실을 밝히려는 거다."

-죽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뭘 얻겠다는 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사과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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