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 거야
사람들은 그녀를 ‘134cm의 거인’ 혹은 ‘삶 자체가 기적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아버지는 ‘쓸데없이 태어난 계집애’라는 이유로 그녀를 집어던졌다. 그때 얻은 척추장애로 등이 굽고 키가 134cm에서 멈췄다. 하지만 가난한 살림에 어린 동생 넷을 키워야 하는 소녀가장으로 자랐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정신이상 증세가 있던 어머니가 식칼을 들고 쫒아오는 바람에 신발도 못 신고 집을 나와 월급 3만 원의 남의집살이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자살로 세상을 등졌고, 그녀는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키웠다. 그러다 기술학교에 들어가 편물을 배웠고 공장에서 하루 14시간씩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했다. 불로 지지는 듯한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남들이 스웨터를 10장 짤 동안 7장밖에 못 짜는 속도로 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세계 최고의 편물기술자가 되어 세계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땄다.
여기까지만 보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언젠가 주말 드라마에서 본 내용 같다.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떻게 이렇게 심각한 불운과 불행이 압축적으로 벌어질 수가 있나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김해영 본부장은 20대 중반에 최고의 기술자가 되어 직업적으로도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 무렵에 그녀는 이유 없는 열병을 앓게 되고, 그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24년 동안 ‘왜 사는가?’에 대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본질에 대해 배웠고, 크고 작은 기적들을 경험하며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이 책은 그 24년간의 배움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잊지 마세요.
누구나 인생에 한 번은 빅폴을 만난다는 것을!”
“이런 게 있는 줄 알았다면, 지난 4년간 꾹 참고 살았을 거야!”
그날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눈앞에 빅토리아 폭포가 어른거렸습니다. 눈을 떠도 보이고 감아도 보이고…. 그리고 알게 됐지요. 인생이 언제나 사막 같은 시간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구나. 타박타박 걷다 보면 언젠가 빅토리아 폭포 같은 웅장한 세월을 만나겠구나.
그 뒤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제 자신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괜찮아. 내 인생 어딘가에도 빅토리아 폭포가 있을 거야.’ 감사하게도, 그 뒤로 제게는 ‘빅폴’ 같은 날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일상의 단조로움을 깨는 행복한 순간, 깨달음의 순간, 성장의 순간….
중요한 것은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세상에는 그런 웅장하고 아름다운 것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구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언젠가 또 다른 빅폴을 만나 탄성을 지르고, 기뻐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될 제 자신이 너무 기대됩니다. 그걸 위해 어딘가로 굳이 떠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을 여행하는 중이니까요. 때론 심심하고, 지루하고, 슬프기도 한 이 길을 타박타박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에게도 빅폴이 나타날 겁니다. 거짓말처럼.
본문 중에서
“지금의 아픔은 불행의 얼굴로 찾아온 축복,
그래서 지금 ‘힘들다’는 건 ‘힘이 들어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 불운과 불행들을 압축적으로 경험한 김해영 본부장의 유년시절은 곧 투쟁의 역사였다. 장애와 싸우고, 가난과 싸우고,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스스로의 열등감과 싸웠다. 불편한 몸으로 스스로의 존재가치와 쓸모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그녀는 늘 싸워야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그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났다.
그곳에서 그녀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그저 한 사람의 ‘예쁜’ 여자였고, 아이들을 ‘동정’하지 않고 낮은 자리에서 눈을 맞추며 ‘공감’할 수 있는 키 작은 선생님이었다. 또한 칼라하리 사막의 절대고독 속에서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를 묻고 또 물어 답을 얻었다. 초점을 잃은 한 여인의 눈동자에서 어머니의 삶을 발견하고 어머니를 진정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는 도움을 주러 간 그곳에서 오히려 더 많은 배움과 위로, 치유를 받았다. 존재와 존재가 연결되고 서로가 서로를 붙잡아주는 진짜 삶을 배웠고,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언가를 가지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한 삶의 존엄을 깨달았다. 한 방울의 눈물이 싹틔우는 놀라운 기적도 여러 번 목격했다. 그곳에서 김해영 본부장은 인생의 빅폴을 만났다고 말한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축복을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아무리 불행한 인생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 테니까요.”
‘빅폴’은 저자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의 줄임말로,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큰 행운 혹은 웅장한 축복을 의미한다. 저자는 아무리 불행한 인생에도 빅폴은 숨어 있다며, 하루하루 기쁘고 감사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난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고, 희망이라는 녀석은 낮고 고단할수록 더 찬란하고 강단 있게 자란다고, 그래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큰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양의 행복과 불행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변하지 않아서, 이만한 불행 뒤에는 이만한 행복이 따라오고, 또 저만한 행복을 뒤에는 곧 저만한 불행이 찾아온다. 그런데 유난히 자기 몫의 행복을 잘 찾아서 그 알맹이만 쏙쏙 뽑아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냥 지나쳐버리거나 바로 한 걸음 앞에서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뭘까? 저자는 언젠가는 인생의 빅폴을 만난다는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고 말한다.
욕심과 열정을 구별하지 못한 채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기 자신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인생에서 가장 혹독한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김해영 본부장의 이야기는 깊고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때 알았습니다. 생명은 가장 척박할 때 가장 강인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동물들도 수백km 떨어진 곳에서부터 오는 물 냄새를 맡고, 땅속의 풀조차 하늘을 움직입니다. 하물며 인간은 어떠할까요. 대자연의 일부분인 인간 역시 애초에 그 어떠한 고난도 이겨내도록 설계되었을 것입니다. 극한에 다다를수록 풀처럼, 소처럼 강해지는 본능을 마음 깊숙이 숨겨두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뭇 생명과 다른 것은, 때때로 그 사실을 잊거나 믿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 오랜 도시생활 속에서 잊고 있었나 봅니다.태초의 내가 가졌던 그 원초적이고도 자연스러운 강인함을. 아프리카에 오고 나서야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터프’한 존재들입니다.
- 땅의 갈증이 비를 부른다
칼라하리 사막이 아무리 커도, 그것을 아는 내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별이 아무리 많아도 알아보지 않는 내가 없으면 아무 상관없지요.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존재하기 때문에 저 별이 빛나는 것입니다. 내가 숨 쉬기에 달을 보고 사막을 달리고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거대한 사막도, 지구도, 우주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저의 존재란 이토록 무겁고 위대했습니다. 다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 저는 제 존재를 확정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돼. 성과를 통해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돼. 나는 다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인간이야.’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확정하자 무엇을 하겠다는 욕심이 사라졌습니다. 성공에 집착하지도, 저의 쓸모를 증명하려고 아등바등하지도 않게 됐습니다. 열등감은 완전히 없어졌고 주저 없는 당당함을 갖게 됐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것, 명예를 얻는다는 것, 부유해진다는 것 등은 인생에 매달린 액세서리일 뿐입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스펙과 연봉과 학벌이 필요할 뿐이지, 그것이 제 존재 자체를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 살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흔히 위대한 일을 했거나, 사회적으로 남들에게 큰 영향을 준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본받고 싶은 훌륭한 인생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기준으로 인생의 무게를 재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그가 존재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못나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빗겨갈 수는 없고, 아무리 잘나도 소멸하는 생명의 유한함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니 사람들을 보는 제 시선도 달라지더군요. 제 옆의 누군가가 더 이상 우열을 가르는 비교대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힘든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그저 애틋한 동행일 뿐.
- 누구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위대함을 빗겨갈 수 없다
그러나 저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배웠습니다. 인간은 ‘아무것도 안 해도 이미 그것으로 충분한 존재’라는 것을요.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다는 것도 깨우쳤습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쉬지 않고 하는 일들도, 내 쓸모를 증명해온 수많은 성과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 흩어집니다. 짧으면 1주일 안에 사라지기도 하고, 길어도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영겁의 시간을 살아온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보면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자연에게는 들꽃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어떤 목표를 달성했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들꽃이 지금 여기 피었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을 뿐이겠지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도 병에 넣고 마구 흔들면 뒤엉킵니다. 무엇이 기름이고 물인지 구분이 제대로 안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마찬가지지요. 본질과 비非본질이 한데 섞여 희뿌연 상태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일상의 소중함이 보이지 않고 내 가치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뒤엉킨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저 가만히 놔두는 것입니다. 괴롭히지 말고 흔들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면 됩니다.
-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납니다.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는, 이 노숙자는, 이 할머니는 어쩌면 과거의 나일 수도 있고, 미래의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슬럼가에서 만난 에벨린은 다섯 살짜리 김해영이었습니다. 내가 왜 다쳤는지, 왜 아픈지도 모른 채 어두운 방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아이. 그 상처투성이였던 아이를 일으켜 세워 기술을 가르치고, 희망을 주었던 많은 이들 덕분에 저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은 돌고 돌아 지금의 김해영은 과거의 저와 같은 이들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생각해보면 도움을 받을 처지라고 슬퍼할 필요도, 도움을 줬다고 뿌듯해할 것도 없습니다. 왼손에 난 상처에 오른손이 약을 발라준다고 해서 왼손이 고맙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타인을 치유함으로써 우리는 과거의 자신을,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돌보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렇게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 왼손과 오른손
행복도 마찬가지이지요. 우리는 행복의 정점에서 무엇을 발견할까요? 끝없는 즐거움과 만족, 멋진 파라다이스를 상상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행복의 끝자락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안과 만납니다. 지킬 것이 많아져도 인생은 피곤하고 초조해집니다. 세상에 완벽한 행복은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완벽한 불행도 없습니다.
불행의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들은 불행을 다룰 줄 알게 됩니다. 살면서 때로 우울과 고독이 찾아와도 애써 피하지 않고 지나가게 놓아둡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들에게 불행과 고통은 살아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감당해야 할 ‘책임’입니다.
- 불행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열정인지 욕심인지 구별하는 법을 한 가지 알려드릴까요? 일에 욕심을 부린다는 증거는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다치고 불협화음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저는 어떤 일이 아무리 중요하고, 또 아무리 큰 프로젝트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잃는 일이면 하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한순간에 얻을 수도 있지만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건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꼭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란 건 세상에 없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사람들이 스스로 함께하자고 말을 걸어오는 때가 옵니다. 그것이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그리고 가장 적당한 ‘타이밍’인 것이지요. 저는 오랜 경험을 통해 그 타이밍을 감으로 익혔습니다.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 말을 해야 할 때와 안 해야 할 때. 중요한 것은 그‘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것은 기다리는 일입니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 조바심 내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다 보면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풀리는 때가 옵니다.
- 살아가는 것은 기다리는 일이다
삶이 아름답고 행복한 이유는 괴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난과 고생, 고독이 없다면 즐거움과 행복의 의미를 알 수 없겠지요.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나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동시에 불편하고 부족한 것들만 덧없이 쌓여가지요.
인생의 제맛을 알려면 바람이 거칠수록 좋습니다. 거친 바람을 많이 맞아본 사람일수록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강해지지요. 분명한 것은 그 어떤 바람도 한곳에 머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끝내고 싶은 고통이나 불안도 바람처럼 언젠가는 지나갑니다. 제가 말라위에서 본 이들의 고달픔도 언젠가는 멈출 것입니다. 우리는 그 바람 속에서 온몸으로 펄럭이다 언젠가 깃대에서 내려오게 될 깃발들입니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왜 불어오는지도 모른 채 온몸으로 바람을 맞다가 흔적과 상처, 그리고 바람에 쓸려간 수많은 일들을 온몸에 새긴 채 생을 다하겠지요.
-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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