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신문사에서 주관한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우리 기업의 인재 활용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는 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1등 인재를 뽑아서 2등 인재로 활용하고 바보로 만들어 내보낸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의 채용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사장시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인 직원들의 창의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탁월한 인재를 아무리 많이 보유했다 해도,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개별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기업의 창의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몇가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 첫째는 ‘입은 작고 귀가 큰 리더십을 갖춰라’ 입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는 ‘경청자’로서의 리더십입니다. 밑에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리더가 이를 무시하거나 잘 들으려 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에 항상 귀를 열어놓는 경청자로서의 리더십을 갖춘 대표적인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입니다. 빌 게이츠는 매년 ‘Think Week, 생각하는 주간(Think Week)’라는 독특한 휴가를 가는데, 이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제안서를 빌 게이츠에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받은 제안서를 모두 읽겠다고 했고, 실제로 좋은 제안서를 발견하면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실행에 옮긴다고 합니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열어 놓는 리더의 노력이 3,0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회사를 창의력으로 가득찬 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 두번째는 ‘건설적인 실패를 적극 장려하라’입니다.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실패했을 경우, 도전 그 자체를 칭찬하며 용기를 북돋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의 실패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고 엄한 책임 추궁만 한다면, 아무도 새로운 시도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이 직원들의 실패에 대해 관용적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때는 오리건주립대학 샘 서튼교수의 「건설적인 실패를 장려하기 위한 네 가지 조언」을 새겨 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첫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실패이며, 이 경우 처벌할 것임을 직원들에게 확인시켜라.
둘째,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게 하되,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는 말라.
셋째, 실패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거나 실수를 감추려 하기 때문일 수 있음을 알라.
넷째, 건설적인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고용하고, 이 때문에 그 사람을 고용했음을 조직에 알려라.

● 세번째는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도록 자극을 주어라’입니다.

기업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나 행동을 하도록 끊임없이 자극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관행에 익숙해질 경우,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성적 사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성적 사고에 빠져 있는 직원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기존의 구성원들과는 전혀 다른 지식이나 문화, 사고 방식을 가진 이질적인 인재를 채용해 창의적인 마찰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직원들이 업무 중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제록스는 고객에 대한 임직원들의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일주일에 1일 이상을 ‘고객 봉사의 날’로 정하고 경영층을 포함한 관리자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직접 듣게 함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을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한 수단입니다. GE에서 이야기하는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통 스트레치 골이라 하면 너무 높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알려져 있는데, GE에서의 실제 의미는 목표 수치 그 자체보다는 직원들이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내도록 자극하는 프로세스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7명의 사람에게 오렌지 한 개를 주고 모든 사람의 손을 거쳐 처음 사람에게 가장 빨리 전달하라고 요구할 때, 목표가 없을 때에는 7초~9초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팀은 1초에 성공했다고 말해주게 되면, 곧이어 서로의 손을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 1초안에 성공을 이루어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스트레치 골이 주어지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창의적인 방법을 찾도록 자극이 되었던 것입니다.

● 네번째는 ‘시스템으로 관리하라’입니다.

창의성은 대개 틀에 짜여지지 않은 자율성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조직의 창의성은 다릅니다. 창의적인 기업들을 보면, 개인적 자율성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의 제도나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GE가 처음으로 창의적 아이디어 발현의 장(場)으로 워크아웃(Workout) 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참여한 한 관리자는, “과거 10여 년간 회사는 내 몸만 빌렸는데, 이제서야 내 머리도 빌리는 것 같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캐릭터 산업과 테마 파크라는 신기원을 이룩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Walt Disney)도 직원들의 창의성을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직원 한 명의 아이디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지속 혁신 사이클(Continuous Improvement Cycle)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그림 2> 참조). 이 제도는 어떤 아이디어든 일단 실천해 보고 그 후 아이디어의 가치를 다시 측정할 만큼 실행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디즈니 직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제안하며, 아무리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실행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 다섯번째는 ‘비공식 활동을 장려하라’ 입니다.

샘 스턴 교수는, 기업 창의성의 상당 부분은 직원들의 비공식 활동에서 나타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상 업무를 하는 틈틈이, 무엇인가 새롭고 유용한 일을 하려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시도가 기업 창의성으로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항공사 내쉬빌 이글에서 비서로 일하던 베티 스왓젤의 사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비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업무와는 무관하지만, 개당 650달러나 하는 기내 음식료 운반 카트의 비용을 보고 비용 절감 가능성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후 혼자서 8개월간 카트 가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결국 개당 불과 27달러로 신규 카트 공급 계약을 이끌어내 회사에 제안함으로써 수백만 달러의 카트 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여섯번째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라’ 입니다.

창의성은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과 정보가 조합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지식이 엄청난 양으로 늘어나고 있고 전문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개인 혼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개인 창의성을 기업 창의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직원들간의 지식이나 정보의 교환을 촉진하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M의 방수 가공제 스카치가드(Scotchgard)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3M의 연구원 죠 물린은 Poly-FBA를 연구하던 중 실수로 이 용액을 신발에 쏟았는데, 이후 신발을 씻으려고 할 때 물기가 전혀 흡수되지 않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이 사실을 섬유 방수 연구팀에게 무심코 이야기했고, 결국 스카치가드라는 방수 가공제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코닥도 직원들간의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의 덕을 톡톡히 본 바가 있습니다. 코닥의 혁신 센터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부서 세 명의 직원이 ‘3차원 영상’이라는 동일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혁신 센터는 이들 세 명의 직원들이 비공식적으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서 아이디어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코닥은 연간 150억 달러에 달하는 3차원 영상 간판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결언)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보다 높은 창의성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창의성이 기업 창의성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리더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창의성을 요구하기 이전에, 앞에서 말한 요건들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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