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은 창의성의 인큐베이터 진심어린 배려와 적절한 압박 동반해야 2010년 01월 20일(수)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임직원 입장에서 보면 구글은 천국과 같은 직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을 묻는 질문에서 매년 10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무 중 아무 때나 수영, 라켓볼 등의 운동이 가능하다. 업무 시간과 업무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애완견과 함께 출근하는 일이 가능하다. 애완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쉬운 일 같아도 회사 입장에서 보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구글 측은 이러한 어려움을 애써 감수하고 있다. 회사 스스로 임직원에 대한 배려와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배려와 함께 임직원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동반된다.

구글, 3M, 고어의 공통점은 당근과 채찍

임직원들에게는 향후 300년에 걸쳐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야 하는 원대한 비전이 주어져 있다. 때문에 구글의 임직원들은 매년 2회에 걸쳐 같이 일하고 있는 5명의 동료들로부터 업무평가를 받아야 한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것은 물론, 사내 아이디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하며, 베타테스트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수차례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임직원들로서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 구글의 한 사무실 전경. 탁구대가 설치돼 있다. 
이 같은 근무 환경은 3M, 고어와 같은 창의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진심으로 배려하지만, 동시에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일깨우는 강력한 압박수단을 갖고 있다.

3M이나 고어의 경우 지시와 규정이 거의 없는 자발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더 강력한 (임직원들에 대한) 엄격한 평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과정을 통해 인정을 받지 못한 임직원은 낮은 성과급을 받아야하는 것은 물론 조직에 남아있는 것조차 힘들다. 이들 기업들은 ‘배려와 압박’이라는 서로 모순된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나감으로써 임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19일 동영상 강연(ww.seri.org에서 멀티미디어룸 로그인 후 이용 가능)을 통해 이들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몰입(沒入, immersion)’이란 개념으로 요약했다.

시카고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미하일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의 개념을 “어느 순간 삶이 고조돼, 행동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시간과 공간은 물론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다.

우리가 때로는 한 가지 일에 깊이 몰두한 후 자신이 이루어낸 결과를 보고 “이 것을 과연 내가 했단 말인가”라며 놀랄 경우가 있는데, 이 결과는 평상시와는 매우 다른 인간의 몰입 상태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구글, 3M, 고어와 같은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업무 몰입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이 원하는 근무환경, 즉 보수와 함께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개인생활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업무에 대한 압박을 적절히 조화함으로써 이 몰입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창조경영은 많은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이다. 학자들은 임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배려, 한 가지만을 갖고는 조성되기 힘들고, 업무적인 압박이 적절히 조화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잠재력 최대한 존중해야

돈으로 임직원들을 유인할 때 몰입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임직원들은 돈 만큼의 성과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직원들이 경영진을 진심으로 신뢰하고(Trust), 자신의 일에 자부심(Pride)를 가지면,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재미(Fun)를 느낄 때 진정한 의미의 업무 몰입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으로부터 임직원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3M의 오피스 엑스포 전시장. 
그러나 진심어린 배려만으로는 안 된다. 임직원들의 긴장감이 해소되고, 혜택을 받아 누리려고만 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준의 압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압박이 강압적 지시나 규정, 물질적 보상 같은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업무상의 보람, 원대한 비전, 내재적 동기부여와 같은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압박이 필요하다는 것. 경영진의 진심어린 배려와 함께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압박이 동반됐을 때 임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그 열정을 통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임직원에 대한 배려와 압박을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기업 전체의 창의력을 최대한 높여나갈 수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처럼 배려와 압박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장 잘 조화시켜나가는 기업이 구글, 3M, 고어와 같은 기업이라는 주장이다.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진심으로 창의력을 요구하는 기업이라면 이 같은 연구결과와 사례들을 토대로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일반화돼 있던 성과 및 효율 강조 일변도의 임직원 관리방식을 탈피해야 하며, 관리 항목들 간의 새로운 균형을 추구하고, 임직원들이 내재적인 업무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의 잠재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2010.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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