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수 촛불문화제 참여 호소

제도권의 기자들이 신문과 방송이 아닌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촛불문화제의 구심점이 된 ‘다음 아고라’에서 기자와 시민이 소통하고 있는 것. 기자들은 시민들의 ‘언론자유 수호’ 목소리를 더욱 높여달라고 요구하거나, 촛불문화제 혹은 자사 관련 글을 게재,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반응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KBS 미디어포커스 김경래 기자는 지난달 중순 퇴근길에 KBS 앞에서 ‘국민의 방송 사수’ 촛불문화제를 가지던 시민들을 보고 가슴벅찬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6월12일 아고라 게시판에 ‘KBS 현직기자의 한마디’라는 제목의 올린 김 기자는 “국민들이 KBS를 지켜줄 만큼, 제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지 뼈 아프게 반성했다”며 “바른 방송을 만들기 위해, 방송의 독립을 위해 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기자의 이글은 1만2천여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김 기자의 개인 이메일로도 응원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며칠 뒤 익명의 KBS 한 기자는 “스스로 지키지도 못한 KBS를 지키겠다고 모인 작은 ‘촛불’들을 보고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며 “눈물나도록 고맙고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이글은 약 17만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광우병 한국인이 더 위험’이라는 보도를 했던 MBC 의학전문 신재원 기자는 5월29일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 개인 블로그에 남긴 칼럼을 아고라 게시판으로 옮겨와 자신의 입장을 공개했다.신 기자는 “정부는 국민에게 사전 설명도 없이 덜컥 협상을 끝내고 처음부터 안전하다는 논리만 펴서 국민들을 기만했다”며 “지록위마. 사슴을 사슴이라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말이라고 우기고 있다.사슴을 사슴이라 말하는 언론과 국민을 윽박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관심을 당부한 글도 있었다.SBS 심석태 노조위원장(정치부 기자)은 6월중순 아고라 게시판에 두 차례에 걸쳐 글을 남겨 “SBS 보도가 왜곡, 편향되지 않다”고 주장했다.그는 “SBS 안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조합을 대표해 글을 남긴다”면서 “6월17일 KBS 앞에서 취재를 하다, 거부당했다.방송 장악에 대항하기 위한 집회현장에서 (시위대로부터) 취재 거부가 이뤄져 더 가슴아팠다”고 토로했다.

한 신문사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와 기자단 사이의 ‘밀월관계’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온라인 ‘이슈청원’을 신청하기도 했다.그는 청원의 변에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지 못한 언론인들을 질타해달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지속적인 시위를 해달라. 청와대와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지만 양심있는 소수의 출입기자들과 더불어 기자실에서 쫓겨나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글을 남긴 한 기자는 “아고리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며 “뉴미디어도 소통의 새로운 흐름인 만큼, 이런 창구에서 개인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재단 최민재 박사는 “이미 몇 년전부터 기자들이 시민들과의 소통을 넓히는 창구로 블로그가 쓰였다.개인 차원에서 이름을 걸고 쓴 글이라면 부정적으로 평가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일반 네티즌들에게 기자 개인보단, 한 언론사의 입장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 g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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