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에 위치한 블리자드 본사 입구. "블리자드가 만드는 게임은 스토리가 강한 게 특징입니다. 한국과 미국 온라인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도 바로 스토리입니다."

스타크래프트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의 제프 카플란 수석 게임디자이너는 "한국의 리니지는 여러 명이 함께 공격하는 화려한 플레이가 멋있지만 스토리는 WOW가 훨씬 앞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빈약한 국내 문화 콘텐츠 때문에 정작 온라인게임을 이끌어 가는 대작 개발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

반면 블리자드 개발자들은 대부분 스타워스와 반지의 제왕 등 판타지 스토리를 어릴 때부터 접하고 여기에서 다양한 감성을 길러온 사람들이다. 헤밍웨이의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면서 개발의 힌트를 얻기도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만 해도 수천 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이제 4~5년치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한다. 아직도 풀어낼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얘기다.

블리자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타크래프트와 WOW 등을 개발한 곳이다. 91년 설립된 작은 게임회사가 '크래프트' 시리즈의 연이은 히트로 직원 2500명에 매출액 1조1000억원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블리자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300억원 수준이다.

블리자드 모회사인 프랑스의 비방디 게임스는 지난해 말 미국 선두 게임업체인 액티비전과 합병계약을 발표했다. 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미국의 일렉트로닉아츠(EA)를 제치고 세계 최대 게임 회사에 오를 전망이다.

세계 온라인게임을 앞서가는 블리자드의 힘은 '소통'과 '교류'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5번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정도 남쪽에 위치한 어바인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본사는 2만2000㎡의 면적에 2~3층의 낮은 건물 3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밖에서는 얼핏 직사각형의 공장 건물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게임회사답게 곳곳에 대형 피규어(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가 놓여 있어 마치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책상마다 칸막이도 따로 없다.

앨런 브랙 수석 프로듀서는 "게임 개발자들이 일을 하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의자를 돌려 다른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바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해야지 이를 이메일로 보내거나 전화를 통해 대화할 경우 불필요한 형식이 갖춰지면서 아이디어의 창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만남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넓은 사무실을 킥보드 등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도 많다.

블리자드가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창의력(Creativity)'이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평상복 차림은 물론 잠옷 차림으로 출근하거나 사무실을 자신이 좋아하는 록밴드 사진으로 온통 도배해도 상관없다. 심지어 꽃과 나무, 잔디를 잔뜩 가져와 사무실을 숲처럼 꾸미거나 책상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피규어로 가득 채운 게임개발자도 있다.

톰 칠튼 WOW 수석 게임 디자이너는 "레저와 커뮤니티 활동 등을 회사에서 적극 지원해 직원들이 일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바인(캘리포니아)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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