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박월훈 대전광역시 도시주택국장

“디자인 하거나 사임하라(Design or resign)!”

“디자인 하지 않으면 죽는다(Design or die)!”

최근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앞의 것은 영국 대처 수상이 영국병을 치유하자며 첫 각료회의에서 한 말이고, 뒤는 뉴질랜드의 한 공공디자인 진흥기관 안내책자에 실린 글이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부각되는 화두는 단연 디자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당시 ‘디자인 인 코리아, 멋진 한국’ 공약을 발표했다.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 등 도시경관 업그레이드를 위한 정책들이 관련법 제정과 함께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도시경관 업그레이드 정책과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편리한 생활환경 구현’을 위한 이른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별도로 개조하거나 특별히 설계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진 제품과 환경에 대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청계천 복원과 장애인 시위

그 대상을 모든 사람들(all people) 또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as many people as possible)로 규정했다는 사실에서 무장애 디자인(Barrier-free Design)이나 접근 가능한 디자인(Accessible Design)으로도 해석된다. 장애인 고령자 등 특정 계층만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용어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유니버설디자인센터 설립자인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CUD에서 발표한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은 △누구라도 공평하게 이용 △쉽게 필요한 정보 인식 △쉽게 사용법 학습이 가능 △조작 실수가 위험과 연계되지 않음 △무리없는 자세로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사용 △사용하기 쉬운 장소와 크기 확보 등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정신을 잘 대변하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각종 제도 정비와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디자인 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구성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이 반드시 접목돼야만 한다.

청계천 복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계천 복원 후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던 것과 달리 장애인들은 시위를 벌였다. 도시경관은 향상됐을지 몰라도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의 이동권은 간과됐기 때문이다.

보행안전통행로가 확보되지 않고 안전시설이 미비해 장애인들에게는 위험천만한 장소로 인식됐던 것이다.

고령화사회로 유례없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도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이 그렇게 했다. 일본은 1973년부터 정부 청사 등에서 휠체어사용자나 시각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해왔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

2005년에는 국토교통성에서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에 따라 사회자본과 교통시설을 정비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는 창구 업무를 실시하는 모든 공공기관에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배려한''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우리나라도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추진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미 도시 기반시설이 다 갖추어진 상태에서 완전하게 정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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