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이그나로 건국대 석학교수가 말하는 학창시절 이야기

심혈관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산화질소(Nitric Oxide)' 연구로 1998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던 루이스 J. 이그나로 교수(67·미 UCLA 의대)는 학창시절 성적이 고르지 못했다. 과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남들보다 우수하지 못했다. 스스로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다.

수의사를 꿈꾸다 "기왕이면 '사람'을 공부하고 싶다"며 전공을 바꿔 연구에 매진, 세계적 석학이 됐다. 이그나로 교수는 후학들에게 "IQ는 잊어라. 흥미있는 분야에 한 우물을 파라"고 강조한다. 이그나로 교수는 최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만나 자신의 '노벨상 공부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건국대 석학교수로 임용돼 3년간 연구활동을 하게 됐다.

흥미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파라

이그나로 교수는 "노벨상은 특별한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고, 흥미가 있는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넘게 심혈관 질병연구에만 몰두했다. 뒤를 돌아보거나 남의 연구에 기웃거리지 않았다.

"과학을 가장 좋아했고 세포와 세포가 어떻게 대화하는지 알려는 열망이 컸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왜(why)'와 '어떻게(how)'라는 질문인데 사람들이 당연시 여기거나 사소한 의문도 궁금증을 갖고 물고 늘어졌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한 우물을 파기란 쉽지 않다. 연구 성과란 오랜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쌓이는 법이다. 이그나로 교수는 "부모가 많은 격려를 해주고 동기를 북돋워주었다"고 했다. 부모의 격려와 칭찬이 고된 공부를 이겨내게 만든 것이다.

IQ는 잊어라

상대성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1879~1955)은 자신이 좋아했던 수학과 물리학을 제외하고는 학창시절 낙제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그나로 교수 역시 과학 이외의 과목에선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선생님의 주목을 받지 못한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래서인지 "과학자에게 머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신 "친구들보다 머리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와 연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머리나 타고난 재능보다는 시간과 노력, 열정의 힘이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학교 다닐 때 IQ가 높은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 공부가 더 잘 됐다"며 "제 머리가 별로라서 오히려 자극이 됐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평생을 심장혈관 시스템 연구에 몰두했다. 어느 날 '산화질소'라는 기체에 주목했고 이 기체가 대기 중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몸 안(혈관 내벽의 상피세포)에서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러나 이 '우연한 발견'이 세계 최초의 발견이었다. 이후 산화질소가 각종 심장질환과 뇌질환을 예방·치료하는 핵심물질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그나로 교수는 "학창시절 머리가 좋지 않았지만 한 우물을 파듯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한 열정의 힘이 빛을 보게 됐다"며 "과학자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연구하겠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운동으로 균형을 맞춰라

이그나로 교수는 마라톤 마니아다. 62세 나이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뒤 지금까지 12차례 크고 작은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젊은 시절, 과학자와 카레이서의 꿈을 두고 저울질할 정도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1998년 노벨상 상금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노란색 페라리 스포츠카를 샀을 정도다.

사실 인체 내 산화질소가 운동을 통해 생성된다는 점을 발견한 것도 그가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부와 연구를 할 때도 운동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연구를 하다보면 늘 시간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운동이 공부의 효율을 높여줬다"고 했다. 또 "친구와 이웃, 부부가 서로 운동 파트너가 돼 운동해야 즐겁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그나로 교수는 "아이스크림과 도넛을 잔뜩 먹고, 종일 TV 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라"고 충고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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