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야심작 ‘광화문 광장’조성 공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청계천 복원’에 이어 또한번의 신화가 창조될지 관심거리다. 광화문 광장의 주축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따라서 가장 시선이 쏠리는 부분 역시 이순신 동상 주변의 조경이다. 그러나 이참에 이 동상을 교체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무공 파수꾼’으로 유명한 김덕수 공주대 교수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그가 지적한 이순신 동상의 모순점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엉터리 성형…광화문 이순신 동상은 ‘모순 덩어리’”
광화문 세종로에 서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은 40년 동안 시민, 나아가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1968년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이순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으로 높이 19m, 무게는 8t이다.
이순신 동상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군사정권 잔재’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폐기와 이전 위기에 몰렸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현재 자리에 그대로 남게 됐다.
그러나 2009년 6월 완공 예정인 ‘광화문 광장’조성 공사가 임박하면서 최근 이 동상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참에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아예 폐기하자”는 주장과 “서울, 대한민국 상징으로 여겨지는 조형물을 왜 없애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덕수 공주대 교수의 주장은 눈여겨 볼만 하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 ‘모순 덩어리’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 세워진 동상들은 대부분 엉터리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광화문 사거리에 세워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순 덩어리라 할 수 있지요.”
김 교수는 가장 먼저 이순신이 칼집을 쥔 손을 지목했다. 이순신 동상은 오른손으로 칼집을 잡고 있다. 이대로 해석하면 이순신이 왼손잡이라는 결론이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유교 문화와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조선시대엔 왼손잡이를 경원시했습니다. 집안 어른들이 어릴 때부터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를 했죠. 더욱이 이순신 집안은 조선시대 내로라하는 양반가문인 사대부(덕수 이씨)였기 때문에 이순신이 왼손잡이였을 확률은 ‘0%’입니다. 또 사료의 어느 곳에도 이순신이 왼손잡이였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난중일기 필체가 그 증거입니다. 결국 오른손으로 칼을 뽑을 수 있도록 왼손으로 칼집을 잡고 있어야 맞는 것 아닌가요.”
이를 두고 일부에선 이순신 동상이 적에게 항복하는 형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오른손잡이 검객이 칼집을 오른손으로 잡는 경우는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유에서다. 혹자는 이순신 동상이 오른손에 칼집을 들고 있어 청와대를 지키는 위병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순신 동상의 칼은 전투용이 아닌 의전용이므로 굳이 왼쪽에 찰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동상이 쥐고 있는 칼이 현충사에 보관된 장검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어불성설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현충사 장검은 이순신이 실제 전투를 할 때 사용했던 칼이 아니다”라며 “그저 자신의 집무실에 진열해 놓고 마음을 가다듬는데 활용했던 권위의 상징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산도와 여수 자산공원에 있는 이순신 동상은 왼손으로 칼집을 잡고 있지만, 이 역시 칼의 크기가 지나치게 큰 것이 흠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어 칼 모양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칼에는 칼날이 하나인 ‘도’와 칼날이 두개인 ‘검’이 있죠. 이순신이 실전에서 사용했던 칼은 칼등이 약간 휘어진 모양을 하고 손잡이가 긴 ‘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순신 동상의 칼은 거의 직선인 ‘검’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고증이 안 된 상태에서 조각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이순신 동상의 얼굴 모습이 실제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현충사에 보관 중인 표준영정과 불일치하다는 논리다.
이순신 용모에 대해 언급한 인물은 서애 유성룡과 백호 윤휴다. 현충사 표준영정은 유성룡, 이순신 동상은 윤휴의 증언과 일치한다. 윤휴는 ‘백호전서’에서 “이순신은 체구가 크고 용맹이 뛰어났으며 붉은 수염을 기르고 담력이 있었다”고 기술했다.
‘광화문 광장’조성 급물살…중심축 이순신 동상 논란 재점화
“이참에 옮기거나 폐기” “서울 상징물 왜 없애냐” 의견 대립
그러나 김 교수는 이순신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정확하게 봤던 유성룡의 말이 더 신뢰성이 높다고 확신했다. 유성룡은 임진왜란 이전 국내 정세에서부터 전쟁의 실상과 전쟁 후 상황까지를 기록한 ‘징비록’에서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었다. 단아한 용모는 마음을 닦고 몸가짐을 삼가는 선비와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를 토대로 현충사 영정을 그린 사람은 월전 장우성 화백. 그가 1953년 제작한 그림은 1973년 선현영정심의위원회에서 표준영정으로 지정됐으며, 1백원짜리 동전의 도안인물인 이순신 모델이 되기도 했다. 1997년 충남 아산시 신정호에 세워진 동상도 이 영정을 기본모델로 하고 있다. 이 동상은 문화관광부의 고증 아래 제작됐다.
“이순신 동상 모습은 굉장히 험상궂은 용장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묘사한 윤휴는 어릴적 동무였던 유성룡만큼 이순신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이순신 동상 얼굴은 유성룡의 표현에 따른 현충사 표준영정과 일치했어야 합니다.”
사실 김 교수가 이런 역사적 주장을 펼치기까지는 그리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사학자가 아닌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 박사다. 한마디로 틀에서 벗어난 셈이다.
김 교수는 집안 사정이 녹록치 않은 탓에 육사생도를 꿈꿨다. 어린 시절 자연스레 이순신을 동경하게 된 계기다. 자신의 본관이 이순신과 같은 ‘덕수 이씨’라는 점도 흥미를 부추겼다. 숙종 때 이순신의 신도비 비문을 쓴 김육 대감이 김 교수의 집안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 그가 이순신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5년. 일본 파견 근무 때 시민단체, 교수, 해군제독 등 일본인들이 ‘이순신 연구회’를 결성, 이순신의 삶과 사상, 전략과 전술, 가치관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다. 공교롭게도 당시 국내는 해군 대령의 가짜 거북선 총통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일본인들이 열정적으로 이순신을 연구하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스스로 우리 역사를 왜곡한 가짜 총통 사건을 보면서 끊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김 교수는 곧바로 이순신 연구를 강행(?)했다. 이순신 관련 책도 집필하고 강연도 다녔다. 주변에선 “전공분야도 아닌데 무모한 시도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 현실도 그랬다. 이순신 후손 등 관계자들의 거친 항의는 기본. 역사학자들의 냉소적인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되레 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다. 또 다른 시각, 또 다른 접근 분석이 학문의 틈을 좁혔다.
“경제학 전공인 내가 이순신을 연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3년전만 해도 그랬죠. 이제는 이순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지요. 필생의 업이자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왜곡된 민족의 성웅, 구국의 명장 바로잡기가 김 교수의 신념이다. 그렇다고 그는 역사적 사실을 함부로 유기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순신에 대한 논의는 정말로 신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호주머니 속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이순신이 새겨있는 1백원짜리 동전같이 막 다뤄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김덕수 교수가 지적한 모순점4
1.오른손에 칼집…이순신은 왼손잡이?
2.실제전투에 현충사 장검 들고 지휘?
3.칼날이 두개인 ‘검’을 들고 있다?
4.얼굴, 친하지도 않은 사람 증언대로?
김덕수 교수는 누구?
1960년 충북 청원 출생인 김덕수 공주대학교 사범대 교수는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일요시사 김성수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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