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김유정 문학촌에설치된 ‘봄·봄’ 조형물과 홍보영상.
ㆍ유정에 미친 실레마을 문학촌장

‘동백꽃’ ‘봄·봄’ 등을 쓴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복이 가장 많은 작가다. 전국 각지의 무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기 고향 출신의 문인을 추모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 있는 ‘김유정문학촌’의 프로그램과 활기는 남다르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굵직한 행사가 벌어진다. 31편의 소설을 남기고 29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 김유정을 계속 기억하게 만든 중심에는 소설가 전상국씨(66)가 있다. 그는 2002년 8월 김유정문학촌이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7년째 촌장을 맡고 있다.

“김유정문학촌의 모든 프로그램은 그의 작품을 읽는 것으로 모아집니다. 17편이 실제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실레마을에 오면 김유정의 작품 제목을 딴 등산로를 따라 금병산에 오를 수 있고 떡방아, 대장간일 같은 작품 속 풍속을 체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작품을 읽게 되고, 작품 속에서 당시의 이 고장을 알게 되면서 더욱 애향심이 생겨나지요.”

그는 자신을 ‘김유정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처음 김유정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인순 교수(강원대), 원본 김유정전집을 낸 전신재 교수(한림대) 등이 실레마을 사람들과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붙잡은 김유정의 매력으로 탁월한 언어감각, 해학적인 인물, 향토성을 들었다.

“그의 작품 중에 ‘만무방과 따라지’란 소설이 있습니다. 만무방은 체면도, 염치도 없는 ‘잡놈’이고 따라지는 밑바닥 인생이란 뜻이지요. 김유정은 이들 만무방과 따라지의 언어를 그대로 소설로 썼습니다. 한학을 공부한 분이었지만 작품에 한자가 전혀 없어요. 낙엽을 떨잎이라고 불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는 또 김유정이 만든 바보인물들이 갖는 전통적 해학은 가히 세계적이라면서 프랑스에서 2002년 번역, 출간된 소설 ‘소낙비’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자신의 고향에서만 쓰는 언어를 담아낸 향토성도 높이 샀다. 예를 들어 소설 ‘동백꽃’에는 ‘알싸하고 향긋한 향이 나는’ 노란 동백꽃에 대한 묘사가 나오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꽃이 아니라 4월에 피어나는 생강나무의 꽃을 가리키던 강원지역의 사투리라고 밝혔다. 이 같은 탁월한 언어감각에 대해 후배 작가의 입장에서 늘 감탄하게 된다는 것이다.

‘봄봄스토리페스티벌’이란 제목으로 진행되는 올해 100주년 사업은 12일 기념사업선포식을 갖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공식행사로는 △‘한국의 웃음문화’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4월 25~26일) △젊은 나이에 미혼으로 세상을 떠난 김유정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진오귀새남굿(4월26일) △동서 크로스오버를 통한 새로운 장르의 창작곡을 선보이는 특설무대(5월10일) △오에 겐자부로(일본), 모옌(중국), 고은 등 한·중·일 작가 40여명이 참석하는 동아시아 대표작가와의 만남(10월 3~5일) 등이 준비돼 있다.

또 한국소설가협회 학술세미나, 대한민국 문인대회, 춘천 출신 작가(오정희·이승훈·한수산·최수철·이외수 등) 알리기 문학강연 등을 열고 100주년 기념 책 조형물도 설치한다. 이밖에 5~10월 실레마을 주행사장에서는 1930년대 실레마을 재현행사 및 각종 체험행사가 열린다.

가수 이남이씨는 1970년대 분위기를 연출한 음악다방을 주말마다 운영한다. 김유정 문학제나 청소년 문학축제, 문학캠프, 백일장 같은 문학촌의 기존행사도 그대로 진행된다. www.storyfestival2008.com 참조.

〈 한윤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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