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홍삼 제품이 출시되면서 홍삼시장은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대표 건강식품인 인삼이 최근 창업 시장에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연구소가 조사한 ‘소호 자금 수요 실태’ 조사에서 인삼 판매점이 장수 업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인삼 판매점의 평균 사업 기간은 8.9년으로 조사 대상인 16개 업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자영업의 평균 사업기간이 5.8년이었다.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여는 음식점의 평균 사업기간은 5년에 불과했다. 또 인삼 판매점의 평균 금융자산은 1억7880만원으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권현수 홍삼나라 영업부장은 “수익성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인삼 판매를 하려면 초도 물량 구입비 때문에 최소 2억원 이상 현금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호 국민은행연구소 팀장은 “인삼 판매점은 비교적 큰돈을 투자해 목이 좋은 곳에서 사업을 하는 데다 경쟁 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어 사업기간이 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창업시장에선 어떨까.

인삼 판매점보다는 홍삼 판매점이 시장을 주도한다.

최영학 한국인삼공사 가맹사업부 과장은 “한번 가공과정을 거친 홍삼은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 수 있고 유통기간이 길기 때문에 대리점에서 손쉽게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건삼의 경우 보통 2년이 한계인 데 반해 홍삼제품은 3년까지 보관 가능하다. 또한 원형 상태로 가공한 뿌리삼의 경우 10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시장도 홍삼이 인삼에 역전했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홍삼시장은 6300억원으로 인삼(6000억원)을 앞질렀다. 2004년에만 해도 홍삼(4225억원)은 인삼(5803억원)보다 1600억원 이상 규모가 작았다. 이와 별개로 인삼과 홍삼시장은 96년 인삼전매제도 폐지 이후 매년 고속성장 중이다. 98년 5000억원 규모였던 인삼·홍삼시장은 현재 1조2000억원 시장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전근표 홍삼나라 사장은 “환경호르몬 등 유해 환경물질이 증가하면서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신체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인삼)에 대한 소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 인삼·홍삼시장 1조2000억원으로 성장

현재 국내 홍삼시장은 한국인삼공사 ‘정관장’의 독주체제 속에 농협의 ‘한삼인’, 홍삼나라의 ‘홍삼나라’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정관장은 일찌감치 국내 홍삼시장의 독주체제를 형성했다.

전국 17개 지점을 두고 570여개의 점포(직영점 60개 포함)를 갖고 있다. 정관장 브랜드로만 2006년 430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새해 5200억원을 예상한다. 국내 홍삼시장이 6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관장 프랜차이즈 사업은 2004년에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홍삼 전문 판매점으로 운영됐다. 개인 사업자들이 정관장 제품 외에도 다른 홍삼 브랜드를 같이 판매하는 형태였다.

최영학 과장은 “2004년 전까지만 해도 정관장 단일 브랜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웰빙 열풍이 고조되고 건강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이 품질 좋고 브랜드 있는 제품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6년근 홍삼’을 강조한 정관장은 이후 매년 점포 수를 늘렸다.

2004년 403개 매장으로 출발한 정관장은 2005년 435개, 2006년 479개, 2007년 570개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2007년에는 100여개 가까이 늘었다.

가맹비도 꾸준히 올랐다. 2004년 660만원에서 2007년 990만원으로 50% 이상 올랐다.

그래도 가맹 사업자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게 인삼공사 측 설명이다.

최영학 과장은 “따로 사업설명회를 하지 않아도 점포 개설 때가 되면 2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목 좋은 곳은 이미 점포가 다 들어가서 신도시를 중심으로 점포를 내주고 있다”고 전했다.

■ 대기업 참여로 수익성은 악화

홍삼의 시장성이 확인되자 2007년 6월 농협에서도 ‘한삼인’이란 브랜드로 프랜차이즈시장에 뛰어들었다. 출시 6개월 만인 2007년 12월, 40개 매장을 열었다. 2008년 1월, 30곳을 추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주석 농협중앙회고려인삼 홍보담당자는 “농협의 장점을 활용해 순수 국내산 수삼과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고 유통망도 탄탄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홍삼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가장 먼저 한 곳은 ‘홍삼나라’다.

99년부터 시작해 현재 15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홍삼나라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2∼3일간 홍삼 원액을 달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맹사업을 펼쳤다. 시작 1년 6개월 만에 120개로 늘렸다. 2003년 270개 점포를 늘렸지만 과잉투자로 한 차례 부도를 냈다.

권현수 홍삼나라 영업부장은 “당시 홍삼시장이 더 성장할 것으로 판단해 일본 수출과 음료 사업 확장을 시도했지만 막상 시장이 더 크지 않아 부도가 났다”고 전했다. 현재 홍삼나라는 시장 수요를 파악해 가면서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창업 수요는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정관장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정관장 측은 가맹사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이미 오프라인 매장은 포화상태로 파악하고 있다. 홍삼시장이 잘되다보니 대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CJ가 처음 자체 홍삼제품을 내놓은 이후 롯데, 동원, 웅진식품에서도 음료와 홍삼제품을 속속 내놓았다. 2006년에는 건강식품 전문업체인 대상웰라이프도 홍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주학 정관장·홍삼 충무로역점 사장은 “2004년 가맹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막차라는 얘기가 돌았다. 본사에서 더 늘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금씩 더 생기고 있어 영업이익률은 떨어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홍삼 물량이 부족한 것도 가맹사업을 꺼리는 이유다.

기존 사업자를 비롯해 대기업이 뛰어들다보니 물량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홍삼 가운데 제품에 주로 많이 쓰이는 양삼은 금방 물량이 소진돼 업체 간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홍삼은 외양에 따라 천삼(1등급), 지삼(2등급), 양삼(3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성분은 큰 차이가 없지만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15~20%에서 많게는 수십 배에 이른다.

6년근 홍삼을 고집하는 정관장은 더욱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6년근 제품은 현재 생산량보다 유통량이 많다. 인삼이 주로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다보니 중국산 제품도 유통되고 수매를 못한 소규모 영세 업체는 이를 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6년근 홍삼은 주로 경기 북부 포천 일대와 강원도 홍천 등에서 재배된다. 한국인삼공사 측은 2007년 6년근 수삼 5570톤을 수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물량의 80%에 해당된다.

【 홍삼 전문점 창업비용은? 】

◆ 후발업체는 1억원 이하

= 창업비용은 브랜드마다 차이를 보인다.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정관장은 비용이 높다. 가맹비 990만원을 포함, 인테리어, 초도 상품 구입비를 포함하면 39㎡(12평) 기준으로 1억5000만원(임대료 제외)이다. 특히 창업비 가운데 초도 상품비 비중이 크다. 정관장 창업비용은 최소 5000만원이 든다.

최영학 한국인삼공사 과장은 “서울·경기 등 목 좋은 대형 매장은 초도 상품비만 기본 1억~2억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한삼인이나 홍삼나라는 후발업체다 보니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삼인은 기본 평수 기준으로 1억원 이하고 홍삼나라는 300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밝힌다.

주석 농협중앙회고려인삼 홍보담당자는 “가맹비(600만원)와 초도 상품비가 싸고 오픈 시 간판이나 107㎝(42인치) PDP TV, DVD플레이어 등을 무료 지원한다”고 말했다.

수입은 보통 매출의 30% 선. 브랜드나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월평균 2000만~5000만원 선이다.

주의할 점도 있다. 단골 장사다 보니 창업 초기 6개월에서 1년 사이 매출이 부진하다. 이 기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웰빙형 창업아이템은 점주들이 의학 상식, 상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춰야 고객관리를 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충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38·신년2호(08.01.0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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