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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경제부
16일 아침 열렸던 A자산운용회사 임원회의의 화제는 경쟁 회사인 미래에셋이었다고 한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 싱가포르 현지법인에 대한 검사 계획을 밝혔다. 전날엔 한 달 사이 4조원이 몰린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를 주표적으로 삼은 해외펀드 조사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A자산운용사 임원회의에선 “미래에셋이 단단히 괘씸죄에 걸린 모양”이란 분석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올만한 짐작거리가 있었다. 14일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해외펀드 열풍(烈風)을 놓고 “쏠림 현상이 심해 위험하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국가경제에 바람직하다”고 정반대 의견을 제시한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금감위의 해외펀드 조사는 바로 그 다음날 나왔으니 그저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물론 금감원은 “예정됐던 정례 조사”라며 미래에셋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인사이트 펀드 문제가 계기가 된 것은 맞다”(홍영만 홍보관리관)고 미래에셋이 집중 점검 대상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이 ‘괘씸죄’에 걸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얼마 전 국민연금이 실시하는 4분기 증권사 평가에선 22개 증권사 중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 3분기 2위에서 무려 20계단을 추락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박 회장이 지난 9월 “국민연금이 채권만 사들여 물가 상승률만큼의 투자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이 국민연금측을 분노케 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안티(反) 미래에셋’ 정서가 자리잡았다. 익명을 요구한 B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솔직히 잘나가는 미래에셋을 질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펀드 자금이 온통 미래에셋으로만 몰리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잘 나가는 1등을 용납 못하는 한국적 현상이 다시 한 번 나타난 게 아닐까 씁쓸한 것이다.
[박용근·경제부 ykpark@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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