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신사업추진본부 직원들이 편안한 자세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KT 제공


▲ SK C&C는 경기도 분당 사옥에 대형 헬스센터를 설치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1대1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SK C&C 제공


▲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사무실에 마련된 뷔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 직원도 눈에 띈다. /구글코리아 제공
KT 신사업추진본부의 김여진(29) 매니저는 요즘 카페로 출근한다.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15층에 위치한 ‘피터스 카페’가 그곳. KT가 올 5월 고리타분한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사무공간이다. 김 매니저는 넓은 공간에 마련된 푹신한 의자에 앉아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일과를 시작한다. 안쪽에 마련된 사무실 공간도 카페 분위기다. 원형 테이블을 4등분해서 사용하고 있어 자리만 봐서는 누가 상급자이고 하급자인지 구별할 수 없다. 회의 분위기도 자유롭다. 팀원들이 카페 건너편의 자유공간 ‘훌앤풀(full and pool)’에서 눕거나 앉는 편안한 자세로 대화를 나눈다. 김 매니저는 “얼마 전까지 딱딱한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땐 직장이 이래도 되는 건지 적응을 못했으나, 지금은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즐겁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사무실 환경을 크게 바꾸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복지문제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업용 IT 서비스 업체인 ㈜SK C&C는 경기도 분당 사옥 6층에 한꺼번에 100명이 운동할 수 있는 대규모 헬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러닝머신 24대, 근육운동기구 34대, 로커 142개 등 웬만한 호텔 헬스클럽 수준이다. 이곳의 특징은 1대1 건강증진 프로그램. 전문 트레이너가 직원들의 건강을 체크해 비만 등 문제가 있을 경우 매일 운동과 식단을 관리해 준다. NI사업팀의 이종훈 차장은 “회사 헬스센터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을 시작한 후 3개월 만에 체중이 90㎏에서 70㎏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근무환경의 원조는 구글이다. 올해 초 설립된 구글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지침에 따라 사무실 한가운데에 뷔페식당과 놀이공간을 설치했다. 직원들에게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 자리 옆에 게임기, 장난감 로봇, 미니 농구대 등 좋아하는 놀이기구를 구입하도록 했다. 구글코리아의 김경숙 팀장은 “일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고, 즐거움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구글의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근무환경 변화는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KT 신사업추진본부는 하급자가 상급자의 방식을 따라서 배우는 기존의 ‘사수-조수’의 방식을 없앴다. 권오륭 매니저는“시행착오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완성도가 높은 결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의 점심시간엔 이원진 대표가 직원들과 똑같이 줄을 서고,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 한 직원은 “이 대표가 점심시간에 늦어 앉을 자리가 없어도 자리를 양보하는 직원은 없다”고 전했다.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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