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CEO /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

"그 일을 왜 해야 하는가?"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59) 방에 놓인 화이트보드에 자필로 써놓은 문구는 임 사장의 경영관을 대변한다. 그는 1974년 평사원으로 대한전선에 입사해 34년간 한 우물을 파왔다.

기업 오너인 설원량 회장이 작고한 뒤 2004년부터 최고경영자 역할을 맡아 회사를 건실하게 지켜낸 배경에도 이 같은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 임 사장은 매일 아침 6시면 회사에 도착해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최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에 마라톤 동호회 직원들과 남산에서 달리기도 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대한전선은 무주리조트 직접 경영을 통해 리조트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최근 495억원을 들여 명지건설을 인수하기로 했다. 한때는 하나로텔레콤 인수도 검토했다가 접었다.

대한전선 주가가 올해 들어 3배 이상 뛰는 등 새삼 주목받는 데는 인수ㆍ합병(M&A) 행보가 다시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작용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002년 무주리조트, 2004년 트라이브랜즈(당시 쌍방울)를 M&A했다. 홈네트워크 전문업체 대한위즈홈, 렌탈 기업인 한국렌탈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알루미늄 압연제품을 만드는 노벨리스코리아 지분도 갖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회현동 본사 사옥에서 만난 임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는 "임원들이 사업계획서를 보내오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볼 것을 항상 주문한다"고 말했다.

단순 과시용이거나 매출만 늘리는 일, 장기적인 사업성이 불투명한 사업 등은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다.

물론 신중하게 결정하고 뛰어든 M&A 경쟁에서 실패한 일도 있었다. 진로와 극동건설이 그렇다.

임 사장은 "회사 분할매각, 삼양금속 인수 등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일에 취했었다"며 "특히 외환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것이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선린상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임 사장은 입사한 지 4년 만에 경리과장을 맡은 이후 회사의 대표적 재무통으로 불렸다.

회장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당시 외환위기가 터지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사들였고 이후 채권가격이 뛰면서 결과적으로 400억원 이상을 회사 이익으로 남길 수 있었다.

이 돈은 무주리조트와 쌍방울을 살 수 있는 여력으로 이어지며 회사를 키우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임 사장은 "국가가 보증하는 채권인데 그보다 더 안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잘 컨트롤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회고했다.

영어의 '리스크(Risk)'란 본디 매일매일 양식을 구한다는 뜻이라고 임 사장은 설명했다. 양식을 구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이 리스크는 무작정 피하기만 해선 안 된다는 지론이다.

그가 후배 직원들에게 주는 조언은 뭘까.

그는 "책임지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며 "또 하나는 돈 버는 일에 항상 정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좀 돌아가더라도 정공법을 지키는 것이 결국은 승리하는 길이라는 얘기다. 직급에 상관없이 '힘을 가져라'는 말도 자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일하면 자연스레 힘도 생긴다. 또 힘을 갖고 일하면 책임이 뒤따른다는 얘기다.

미래의 대한전선은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임 사장은 "전선과 건설이 큰 축을 이루고 여기에 금융을 잘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업 주축인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그는 "성장에 대한 욕구는 늘 있는 것이지만 외부환경 변화와 동떨어질 수 없다"며 "대한전선은 이제 100년 기업을 향해 절반을 돌아섰고, 목표를 분명히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 약력

△48년 서울 △67년 선린상고 졸업 △7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74년 대한전선 입사 △95년 대한전선 회장 비서실장 △2004년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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