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시대는 서양의 문예부흥과 견줄만큼 각종 서적의 편찬이 활발했다. 정조의 탁월한 학문적 관심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조 밑에는 이 문예부흥의 실무를 담당한 실학자 이덕무(1741~1739)가 있었다. 종실의 후손이었지만 서출로 태어나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는데, 39세에 규장각에 기용된 이래로 ’국조보감(國朝寶鑑)’ ’갱장록(羹墻錄)’ ’대전통편(大典通編)’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규장전운(奎章全韻)’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편찬하는 등 왕성한 서적 편찬을 주도했다. 큰 키에 단아한 외모, 법도가 있는 행동을 했으며 오로지 책을 읽고 서적을 편찬해 내는 일에만 몰두해, 선비의 전형으로 통했다고 전한다.
이런 이덕무는 스스로를 ’간서치’라고 불렀다. 볼 간(看), 책 서(書), 어리석을 치(痴)라는 한자를 사용하는데, 풀이해 보면 책만 읽는 바보라는 의미이다. 어떻게 보면 개혁과 정권쟁탈이 심했던 정조시대에서 오로지 책만 읽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없으며, 오히려 그를 존경의 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그는 서출이라는 편견과 간난으로 인한 굶주림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수만 권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여러 방면의 책을 음미하고 몸에 젖도록 읽으면 그 속에 간직된 깊은 뜻을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스스로가 책을 통해 역사와 지리, 식물도감과 어류도감 등 동식물의 생태에 대해서까지 경지에 오를 정도로 박식했다고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책읽는 것과 완전히 담을 쌓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은 1년에 11권 정도의 책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달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비율은 45.5%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독서에 대한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덕무는 자신이 처한 편견과 가난을 독서를 통해 이겨나갔다. 간서치 이덕무와 마찬가지로, 책에서 전하는 지식과 정신적인 힘을 빌려 어려운 현실을 헤져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간서치에 꼭 맞는 영어 단어는 없지만,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영어 단어로는 nerd가 있다. nerd는 아주 지적이지만 사회생활에는 굉장히 서툴러 늘 외롭게 지내는 사람을 의미한다.이 단어가 어떻게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설은 많지만, 가장 신뢰성 있는 이야기는 1960년대 철학자인 풀러(Timothy Charles Paul Fuller)가 ’지적이지만 사회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묘사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각종 만화와 영화 등에서 nerd를 안경을 끼고 어울리지 않은 정장을 즐겨입는 공부벌레로 묘사해서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와는 동떨어진 컴퓨터 천재들이 nerd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nerd는 부정적인 말이 아니라 컴퓨터 천재를 의미하는 긍정적인 말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같은 의미로 geek이라는 단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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